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1) 한톨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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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1) 한톨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나를 키운 것은 동네도서관입니다”
작은도서관운동의 메카는 파주다!
도서관! 이 단어가 주는 강렬함이 있다.
12여년 전 파주시에 작은도서관협의회를 만들어 민간차원의 도서관 운동을 하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 때는 사설도서관이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하면 시에서 도서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교회에서 사립도서관설립 운동을 적극 펼칠 때였다.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는 작은도서관을 설립해야한다는 법규에 따라 아파트도서관이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을 때였다. 교회도서관, 아파트도서관, 그리고 개인이 설립한 작은도서관. 이 세가지 범주의 작은 도서관이 서로 힘이 되자고 모여 파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를 만들었고, 매년 사서교육프로그램을 중앙도서관과 함께 준비하면서 작은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엄마들의 전문성을 높이려했다. 그 때 10여개였던 도서관이 10년이 지난 지금은 65개의 사립도서관으로 늘어났다.
그 때 내걸었던 “우리 마을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 시작된 작은도서관운동은 공공에서도 주민 중심의 마을도서관 형태를 꾀하면서 7개의 공립작은도서관이 생겼다. 작은도서관이 곳곳에 있는 파주가 자랑스럽다.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당신에게 도서관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40대 50대들은 도서관보다 독서실이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시험때 시립도서관을 찾아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았다가, 들어가서 시험공부하고 나오던, 책보다는 책상만 기억나는 도서관 말이다. 새삼스럽게 ‘당신에게 도서관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것은 그 기억 속의 독서실이었던 도서관이 아닌 진짜 도서관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도서관은 책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건물이라는 개념을 넘어, 언제나 더 큰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창을 상징합니다”라고 말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신비한 도서관의 문턱을 넘어가도록 아이들을 설득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들의 삶을 훨씬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 자신이 도서관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기에 진정성 있는 그들의 말을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에서 도서관 카드를 얻는 것은 미국 시민권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는 마약과 성폭행 등 고통으로 가득 찬 청소년기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극복했다.
막대한 도서관 기금을 기부해 미국이 현재 공공 도서관 체계를 갖추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앤드류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 공공 도서관처럼 민주주의의 요람이 되는 것은 없다. 문자로 이루어진 이 공화국(도서관)에서는 계층이나 공직의 유무, 재산 정도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동네 도서관을 꼽았다. 그가 말한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는 명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 파주에는 빌 게이츠 같은 아이들이 지금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자라고 있다.
가람마을의 랜드마크 ‘한톨작은도서관’
가람마을 1단지에는 한톨작은도서관이 있다. 몇 몇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보드게임을 꺼내서 놀다가, 서고 쪽으로 가서 책을 꺼내 드러누워 본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게 왔다며 봉사자가 보여주는 오늘 내방객 수는 30명이 넘어있었다. “평소보다 반밖에 안왔네요.”
2010년에 입주를 시작한 가람마을 아파트에 도서관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년 쯤 지나서부터였다. 건설사가 법령에 따라 도서관 공간을 만들고 도서 천여 권을 사다 놓았지만 운영할 주체나 운영 자금이 없어 방치되어 있었다. 더구나 공사 하자로 도서관에 비가 새면서 책장에 곰팡이까지 피고, 책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이를 안타까와 하던 한가람초등학교 ‘책 읽어주기 봉사단’ 엄마들이 도서관을 제대로 살리자며 동아리를 만들었다.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곰팡이도 닦고, 페인트칠도 하고, 책도 바닥도 벽도 매일매일 청소했다. 이런 노력으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인정받아 2011년에 임시 오픈을 하고, 2012년 4월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개관식날은 정말 발 디딜틈 없었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엄마들의 노력으로 탄생해서인지, 정식 개관 이전부터 회원들도 백여명이 넘었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춘 도서를 갖추고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자, 한톨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 작은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놀이도 하고, 봉사자들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커나갔고, 봉사자들에게도 보람이란 나무가 커갔다.
“지구상에 도서관처럼 민주주의의 요람이 되는 것은 없다”
연인원 1만명이 이용하는 아이들의 보물섬
파주시는 매년 사립작은도서관을 몇 개의 등급으로 평가하여 도서와 프로그램 지원비 등을 차별하여 지원하고 있다. 한톨작은도서관은 이용자수, 대출 현황, 신규도서 구입현황, 봉사자수와 도서관 학교 이수 여부 등의 평가에서 수 년째 1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 이용자가 평균 40~50명이고, 많을 때는 80명이 이용한다. 회원수는 2,500명이 넘는다. 이것도 중간에 데이터가 날라가서 3년여간의 회원수이다. 봉사자도 20여명으로 다른 도서관에 비해 많고, 청소년 봉사자들까지 있다. 올해도 파주시로부터 공공성을 인정받아 도서구입비 등의 지원을 받았다. 전세율이 50%로 이동률이 높은 아파트임에도 봉사자가 많은 것은 문정아 관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의 노력이라 보인다. 이 엄마들의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책을 사주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7년간 무보수 봉사자들이 만든 행복쉼터
어떻게 한톨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입주민만이 아니라 다른 아파트 도서관들마저 부러워하는 도서관이 되었을까?
문정아 관장이 말했다. “사명감으로 하냐고 물었는데...사실 그런거 없어요. 도서관이 좋아 다니고, 그러다 이런 저런 기획을 하고...그래서 우리 도서관운영팀들은 어느 기업 못지 않은 기획력과 실행력이 생겼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니 그게 보람이예요.”
옆에 있던 박미진 운영위원이 거들었다. “6년을 즐겁게 일했어요. 그런데 올해 힘드네요. 제가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빠지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니까...”
정작 자신이 좋아 도서관 일을 하지만 가정도 있고, 직장도 있는 엄마들이 모여 꾸준히 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무보수로 봉사를 하고 있는데도, 이런 저런 싫은 소리도 듣기도 한단다. 그럴 때는 힘이 빠지지만, 학원 가고 오는 짬짬이 와서 책을 들춰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저 아이들에게는 이 한톨작은도서관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창이 되고, 꿈을 키우는 요새이고, 쉼이 있는 행복놀이터이기에...
“지난번 프로그램이 좋았어요.” “다시 한 번 해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을 때 힘이 난다는 정명아 관장은 아이들의 응원이 생각난 듯 답을 하면서 활짝 웃었다.
“한톨이 있어서 이사 가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요. 또 분양받아서 이사 갔는데, 한톨도서관 때문에 아이 학교를 전학시키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럴때는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도 들어요.” 최지영님이 말을 보탰다.
중3, 한톨도서관에서 6년전 자신의 흔적을 찾다.
나지연 운영위원이 말했다. “청소년 쉼터를 하고 있어요. 엄마들이 저녁을 해야하니까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시험기간동안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열고 있어요. 저희는 사실 힘든데...파주시 시책으로 하고 있죠. 어느날 쉼터 지킴이를 하고 있는데,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와서 공부하다가 책을 빌리겠다는 거예요. 회원가입했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는 거예요. 검색해보니 12번이예요. 아이도 저도 놀랐어요. 6년이 지나 찾아온 도서관에서 자신의 흔적을 찾은 거죠. 이 도서관이 그 아이의 역사속에 자리잡을 거라 믿어요.”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동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그리고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새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기분 좋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서인지 청소년들 이용이 많이 늘었다 한다.
그런 기쁜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생각도 있다. 박미진 운영위원이 말했다. “마을에 이런 곳이 차라리 유료화 되어 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자원봉사하라고 하지 말고. 저희는 가정이 없는 줄 알아요.”
마을에 이런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쉼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보물섬이 아닐까?
그런데도 일하러 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원봉사 모집하는데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이 키우는 도서관, 도서관이 키우는 마을
한때 해솔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자 인근 아파트 전세가 올랐듯이, 가람도 한톨도서관 때문에 전세 시세가 주변보다 높았다.
도서관이 있어서 마을이 행복하고,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서 도서관이 자란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는 마을도서관에 마을 사람들의 졸업장, 마을 역사, 사진, 일기장 등이 보관되어 마을의 유산을 지키고 있다.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저장되고, 마을 사람들의 네크워크의 장이 되는 도서관, 아이들과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여는 창이 되는 도서관. 작은도서관이 많이 있어 자랑스런 파주! 이 작은도서관들에게 도정일 경희대교수의 말씀으로 격려한다.
“돈 없이도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정보격차를 줄이는 위대한 민주기구다. 아이디어를 만나고 기회를 창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수동적 문화향수를 넘어 가치가 창조되는 생산기지, 평생학습의 장, 시민의 대학, 주민의 서재다.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용접되는 곳, 지적 모험의 땅, 돈도 비자도 필요 없는 여행지, 국경과 인종과 계급이 영원히 퇴각한 코스모폴리탄의 세계, 거기가 도서관이다.”
이 훌륭한 코스모폴리탄의 세계를 일구는 도서관 봉사자들에게 온 마음을 바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의 봉사로 세상이 행복합니다.”
임현주 기자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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